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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고양이의 묘한 이야기

감탄사가 답이 되는곳. 크로아티아 로비니 길고양이 이야기

by ZUSIN 2018. 7. 25.

 

감탄사가 답이 되는곳. 크로아티아 로비니 길고양이 이야기

 

 

 

 

 

 

크로아티아 여행은 길고양이를 만나는 것이 목적인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함께 걷는 길고양이가 있다면 그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어 준비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길고양이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는 천하장사 소시지. 무려 100개나 준비했고 이 경이로운 맛을 크로아티아의 길고양이에게 맛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 내 눈 앞에 나타남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가방에 차곡차곡 챙겨 넣었다.

‘크로아티아 길고양이들도 이 한국의 맛을 보면 나를 졸졸 따라 다니겠지’ 하는 흐뭇한 상상을 하니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크로아티아에서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반경 1km밖에 되지 않지만 크로아티아의 베니스로 불리는 로비니를 보기 위해 크로아티아의 지도에서 마치 심장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곳, 이스트라 반도 속으로 내 설레임과 발길을 조용히 맡겼다.

 

 

 

 

 

로비니는 베네치아공화국의 지배를 받아서인지 건축양식이나 음식들이 이탈리아와 닮은 것들이 많았다. 혹 이곳에서 크로아티아만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성 유페미아 성당의 정상에 올라가 로비니 전경을 바라본다면 그 모든 오해가 사라진다. 온통 붉은 색의 건물들이 이곳이 진정 크로아티아라는 걸 확인 시켜 주기 때문이다.

 

 

 

 

 

로비니의 여행법은 간단하다. 규칙도 없고 형식도 없다. 그냥 반질반질 윤이 나는 오래된 돌길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헤매다 보면 저절로 로비니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성 유페미아 성당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돌길을 걸으며 이곳저곳을 보며 내 모든 감각에서 행복을 느끼느라고 길고양이들의 존재를 까맣에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성 유페미아 성당이 있는 언덕 끝에 올라서니 광활하고 푸르른 아드리아해와 어울리는 구름처럼 하얀 고양이를 만났다. 이 고양이는 내가 처음 만난 크로아티아의 고양이였다. 반가운 마음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양이에게 다가셨지만 고양이는 나를 보곤 거리를 유지하며 피하기 시작했다. 크로아티아의 고양이들은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다고 들었는데 거리를 두니 혼란스러워 졌다.

 

 

 

 

 

내가 너에게 익숙한 크로아티아 사람이 아닌 생소한 동양인이라 그러는 거지? 설마 너도 인종차별을 하는 거니? 너에게 천하장사 소시지라는 한국의 경이로운 맛을 보여 줄 테니 기다려봐.”라며 자기위로의 말을 건네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손에는 소시지를 들고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따라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양이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다가올 것 같지 않아 소시지를 던져주었지만 그마저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 맛이라 그런가, 쩝’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한국의 길고양이와의 거리보다는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까지 허락해 주었다. 바로 앞까지 다가가 만지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 다시 로비니의 돌길을 걸어갔다.

 

 

 

 

 

 

이제는 로비니를 볼 만큼 봤다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길고양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관심을 고양이로 돌리니 이제는 로비니의 풍경이 뒤로 가고 고양이들이 내 눈에 더 크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곳이 전망도 좋고 쉬기도 편하다. 냥~~

 

 

 

 

 

크로아티아의 고양이들은 대체로 느긋했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담벼락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한국 길고양이와는 다르게 한 공간에서 마주쳐도 재빠르게 뛰어서 도망가는 법이 없다. 그냥 느긋이 걸어서 사람을 피하는 모습이 마치 한국의 지체 높은 선비의 모습 같았다.

 

 

 

 

 

지체 높은 선비는 자고로 뛰지 않는법이다. 냥~~ 고고

 

 

 

 

 

 

따사로운 햇빛이 좋다 옹~~ HAAA

 

 

 

 

 

 

개인적으로 로비니의 매력은 골목 사이 사이에 있는것 같았다.

 

 

 

 

나만이 공간을 방해 하지 마라 옹~~~ 졸려4

 

 

 

 

 

 

내가 갇혀 있는게 아니라 너가 갇혀 있는거다. 냥~~

 

 

 

 

 

나는 여유로운 크로아티아 길고양이들에게서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 이 순간 얻으려고 하지 않았던 여유를 고양이들에게서 보게 되었다. ‘난 왜 이 순간을 느긋한 마음으로 보내지 못했을까’, ‘지금 내 눈에 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내 머릿속에는 왜 다음 여행지에 대한 생각 으로만 가득 찼을까?’

 

 

 

 

 

조급하기에만 바빴던, 그저 서두르기에만 급급했던 내 생각의 잘못 됐음을 일깨워 준 첫 크로아티아의 여행의 시작을 느긋하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게해준 크로아티아의 로비니의 길고양이들 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와~!”라는 감탄사의 짧은 인사와 함께 “꼭 다시 또 올게”라며 미련 섞인,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약속을, 어쩌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며 로비니를 뒤로 한 채 돌아 섰다.